집 장식장 한 칸에는 여행을 다니며 하나씩
사 온 작은 신발들이 놓여 있다.
처음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한다.
"이걸 다 모으셨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여행 갈 때마다 하나씩 사 왔어요."
사실 나는 원래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짐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잘 사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작은 신발만큼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여행지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면
예쁜 것이 정말 많다.
컵도 있고, 인형도 있고, 자석도 있고,
액자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신발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며
한참을 바라봤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을까.'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신발을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사 온 신발들이 어느새
장식장 한 칸을 가득 채웠다.

그 많은 신발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기념품 숍에서
산 실크 천으로 만든 작은 하이힐이다.
처음 보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섬세한 장식과 화려한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봤다.
마치 오래전 베르사유 궁전을 거닐던
귀족들이 실제로 신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격은 다른 기념품보다 비쌌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도 장식장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신발이다.
시간이 흘러 색은 조금 바랐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가장 빛나는
여행 기념품이다.

파란 도자기 부츠도 참 좋아한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베르사유 궁전
기념품 숍에서 구입했던 것 같다.
하얀 바탕 위에 푸른 무늬가 그려진
모습이 단정하면서도 우아하다.
작은 크기인데도 존재감이 커서 장식장
안에서도 금세 눈에 들어온다.


장식장 안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신발도 있고,
보석함처럼 뚜껑이 열리는 신발도 있다.

털실 슬리퍼처럼 포근한 신발도 있고,
발레 슈즈처럼 앙증맞은 신발도 있다.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재질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심심한 날이면 장식장 문을 연다.
그리고 작은 신발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뒤집어서도 보고,
다시 천천히 돌려 본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한참 바라볼 때가 있다.
왜 그렇게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신발이 너무 예뻐서인지, 여행의 추억이
함께 떠올라서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작은 신발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저절로 행복해진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왜 하필 신발이었을까.
여행지에는 예쁜 기념품이 정말 많았는데
왜 내 손은 늘 작은 신발을 향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컵은 무겁고, 흔한 기념품은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작은 신발은 달랐다.
나라와 도시마다 디자인이 모두 달랐고,
만드는 사람의 개성과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행을 가면 기념품 가게에서
자연스럽게 작은 신발부터 찾게 된다.
예쁜 신발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마치 '나를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조용히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나를 사 오고, 장식장에는
새로운 여행의 추억이 하나 더 늘어난다.
오늘도 장식장 앞에 잠시 섰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실크 하이힐을
손에 올려놓고 천천히 바라봤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신발 하나였지만
그 안에는 그때의 풍경과 공기, 설렘과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쩌면 내가 여행에서 데려온 것은 작은
신발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행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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